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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칼럼] 한인 홈리스들이 겪는 이중고

‘중앙일보-USC 공동기획, 힐링 캘리포니아’ 4번째 시리즈로 한인 홈리스 현장을 취재했다. 한인 홈리스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우리의 이야기다.     한 달 동안 LA한인타운에서 만난 한인 홈리스는 3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이 다양했다. 한인 홈리스 약 55명 중 여성은 10% 미만으로 나타났다. 거리에서 생활한 지 1년 3개월째라는 전 모(64) 씨는 한인 여성 홈리스가 적은 이유에 대해 “여자에게 거리생활은 정글이다. 별꼴을 다 겪는다”며 한인 여성은 웬만해서는 거리로 나앉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거리를 정처 없이 떠도는 한인 여성 홈리스가 부쩍 늘었다.     팬데믹 이후 한인 홈리스는 빠르게 늘고 있다. 홈리스를 돕는 김요한 신부 등 봉사자들은 “한인은 홈리스 위기에 처해도 품위를 지키려는 자존심이 강하다. 가족, 친구, 지인의 집에서 신세를 지거나 정 안 되면 차에서 생활한다. 텐트와 천막촌 생활은 마지막 단계”라고 전했다. 최근의 한인 홈리스 증가는 한인끼리 도와주던 손길마저 한계에 직면했다는 방증이다.     한인 홈리스들은 한인이 운영하는 무료 쉼터와 재활센터에 들어가길 바랐다. 입주가 여의치 않을 경우 한인끼리 텐트나 천막촌을 만든다. 일반 셸터는 ‘아시아계에 대한 위협, 언어장벽, 열악한 환경, 외로움’ 등을 이유로 거부감을 보인다. 결국 한인 등 소수계 홈리스는 사실상 사각지대에 방치된 셈이다. LA시 등 정책 당국은 ‘원칙’만 고집하지 말고 이들을 위한 현실적 도움을 고민해야 한다.       이들은 홈리스가 된 원인으로 ‘실직, 사업실패, 이혼 및 가족붕괴, 중독 및 정신건강’ 등을 꼽았다. 특히 수입이 끊겼을 때 LA 등 남가주 지역의 렌트비와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민 1세대와 2세들의 홈리스 전락 원인은 다소 차이를 보였다. 1세들은 주로 실직 및 사업실패, 이혼 등으로 홈리스가 됐다고 말했다.  알코올과 도박 등 각종 중독에 빠졌다가 홈리스가 된 경우도 많았다. 반면, 한인 2세는 약물 중독과 정신 건강 문제가 홈리스가 된 주요인이었다. 또 최근에는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미국에 왔던 중국동포나 탈북동포 가운데서도 홈리스로 전락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특이한 것은 한인 홈리스들은 재기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어려움에 부닥쳐 있지만 어떻게든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목표가 있기에 이들은 다른 홈리스들과 달리 옷차림이나 개인위생에도 나름 신경을 쓴다.     한인 홈리스들은 LA시 등 정부의 홈리스 정책에는 큰 신뢰감을 보이지 않았다. 비효율적이라는 것이 이유다. 그들은 한인 사회에는 ‘선입견과 손가락질’ 대신 ‘연민과 공감’의 시선을 당부했다. LA에서 태어난 샘 이(40) 씨는 팬데믹 때부터 차에서 생활했다. 이 씨는 “도어대시 등 음식배달 일을 해도 경쟁이 심해 한 달 수입은 500달러 정도”라며 “그 벌이로는 방 하나 렌트하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씨는 “주택가의 홈리스라도 말썽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될 것 없지 않나”며 “주민들은 우릴 내쫓을 구실만 찾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한인 자원봉사자는 “한인 사회가 경제적, 정치적으로 성장한 만큼 시와 정치인들에 소외된 한인 홈리스를 위한 조치도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A한인타운에서 아파트 매니저로 20년 동안 일하다 홈리스가 된 써니(46) 씨는 팬데믹 때 건물주에게 월급 좀 올려달라고 말했다가 쫓겨났다고 한다. 그는 “한인 식당에 가서 밥이랑 김치만 좀 달라고 해도 매몰차게 '안 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며 누구든 자신처럼 한순간에 홈리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써니 씨의 마지막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홈리스를 마약이나 하는 미친 사람으로 생각하면 안 돼요. 누구라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그의 삶 전체를 바꿀 수 있어요.”   김형재 / 사회부 부장중앙칼럼 홈리스 이중고 한인 홈리스들 동안 la한인타운 한인 여성

2024-06-02

'숨은' 쉼터…주민신고 무서워 앞마당도 못 나가

“나 석*영·윤*지·문*승·양*영은 쉼터에서 술 먹는 즉시 나가겠습니다.” -2019년 9월10일.   ‘쉼터에 계속 살고 싶은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이불을 반드시 개야합니다. 이 규칙 하나만 지키면 됩니다.’   LA한인타운 남쪽 워싱턴 불러바드와 사우스 그래머시 플레이스 인근 단독주택단지, 100년 역사를 자랑하듯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코너에 위치한 한 단독주택 앞마당에는 화분 수십 개가 놓여 예쁜 정원을 연출했다.   “지난주에 돌아가신 안태홍(65)씨와 함께 가꾼 화분이에요.이렇게 보기 좋게 꾸며놔야 이웃에게 손가락질 안 받아요. 비싼 동네에 홈리스들이 모여 산다고 소문나봐요. 안 그래도 벌금 고지서가 계속 날아오는데…다시 쫓겨날 수 있다니까요.”   성공회 세인트 제임스성당(St. James’ Episcopal Church) 김요한(68) 신부는 단독주택 앞마당의 근사한 정원 가꾸기를 일종의 ‘위장술’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이 집은 한인 홈리스 20명에게 따뜻한 잠자리와 음식을 제공하는 나눔의 집 무료 쉼터다. 김 신부가 한인 장년층 홈리스 20명과 공동체를 꾸리고 사는 소중한 안식처다.   2010년대 중반부터 김 신부는 주택을 임대해 한인 홈리스 16명과 같이 살기 시작했다. 그동안 김 신부는 150여명에게 숙식을 제공했다. 그중 40명 정도는 취직해서 재기에 성공했다고 한다. 교회 신도, 독지가들이 물심양면 김 신부의 활동을 도운 덕택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LA시 등 정부로부터 지원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관련기사 "아침에 찬 바닥에서 일어나면 토큰 구해 버스서 몸 녹인대요"   ▶한인들 기부 손길·정부지원은 ‘0달러’   그동안 김 신부와 홈리스들은 이웃 신고로 세 들어 살던 상가와 콘도에서 세 차례 이상 쫓겨났다.   “이 단독주택은 2019년 한인 독지가께서 홈리스를 위해 교회에 기증했어요. 처음에는 30명까지 수용했지만, 지금은 이웃이 신고할까 무서워 20명으로 줄였답니다.오늘도 쉼터에 들어오고 싶다는 전화가 왔어요.”   김 신부는 ‘65세 이상, 일주일 이상 노숙’한 한인 시니어에게 무료 쉼터 숙식 우선권을 제공한다. 그는 LA한인타운 올림픽 불러바드와 세인트 앤드류 플레이스 인근 텐트촌 한인 홈리스 약 10명도 돕고 있다. 지난 4월 18일 밤, 이곳 텐트촌에서 지병으로 숨진 채 발견된 고 안태홍씨는 평소 김 신부를 도와 쉼터의 음식과 물품을 같은 처지의 홈리스에게 전달했던 당사자였다.   지난 4월 25일, 쉼터 내 한인 홈리스들은 이웃을 의식한 듯 앞마당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다용도실로 개조된 뒷마당 차고에서 TV 시청, 잡지읽기, 바둑 등 오락시간을 보냈다.   오후 6시, 쉼터 부엌에서는 중장년층 한인 남성들이 각자 저녁거리를 준비했다. 한 70대 시니어 남성은 라면을 끓였다. 쉼터 부엌은 뒷마당 출입문과 바로 연결됐다. 부엌 냉장고 위 벽면에 붙은 ‘술 먹는 즉시 나가겠다’는 자필 서명 각서 여러 장이 눈에 띄었다.   ▶65세 이상 시니어 20명 안식     4000스퀘어피트 규모인 이곳 쉼터는 원래 가정집이었다. 다락방 포함 침실 5개, 화장실 5개였다. 김 신부는 한인 홈리스를 한 명이라도 더 들이기 위해 거실에도 칸막이를 쳐 방 3개를 추가했다. 각 방에서는 한인 홈리스 2~3명씩 룸메이트로 각자 1인용 침대를 쓰고 있다. 화장실·세탁실·부엌 등 공용공간은 청결유지에 상당히 신경 쓴 모습이다.   3층 다락방에서 만난 김철수(가명, 67)씨는 “쉼터에서 다같이 산 지 7년째”라며 “건축일을 하다가 망했다. 그 뒤로 일도 없고, 힘도 없고… 아는 사람 통해서 여기 들어오게 됐다”라고 말했다. 아픈 기색이 역력한 김씨는 “재기가 안 됐다. 우선 뭐 밑천이 있어야지. 크레딧도 다 망가지고 방법이 별로 없었다”라고 홈리스가 된 사연을 털어놨다.   쉼터에서 만난 이들 대부분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눈치였다. 누룽지에 물을 붓고 된장찌개로 저녁을 준비한 로버트 송(67)씨는 “밥솥에 밥, 냉장고에는 김치가 있다. 식사는 각자 알아서 준비해 먹는다”고 말했다.   3년 전 과테말라에서 LA에 일하러 왔다. 계획이 어그러져 LA한인타운 6가와 카탈리나 스트리트 인근 텐트에서 살았다고 한다. 다행히 2023년 1월부터 이곳 쉼터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내 전공이 봉제공장 일인데 LA 와보니 한인 자바시장 등 봉제업계가 다 죽었더라고요. 영어 안 되지, 신분도 안 되지, 운전면허도 없고 하니까 일을 못 찾았어요. 길거리서 자면 목숨이 위험해요. 이런 쉼터를 제공해줘서 참 고맙지요.”   과테말라에 현지 아내와 손자뻘 아들(22)이 있다는 송씨는 현재 플러밍 보조로 돈을 모으고 있다. 이곳 쉼터 홈리스 중 유일하게 일자리를 구했다. 그는 “지금까지 2600달러를 모았어요. 1만 달러를 모으면 과테말라 가족을 꼭 보러 갈 겁니다”라며 의지를 다졌다.   관련기사 무허가 내몰린 한인 노숙자 쉼터…사각지대 놓인 한인 노숙자① '숨은' 쉼터…주민신고 무서워 앞마당도 못 나가 간섭 대신 자유…홈리스들 희망 싹튼다 김형재 기자주민신고 앞마당 한인 홈리스들 무료 쉼터 단독주택 앞마당

2024-05-14

"아침에 찬 바닥에서 일어나면 토큰 구해 버스서 몸 녹인대요"

“처음 만났던 분은 사업하다 망해서 가족들 다 한국 보내고 자기는 다리에서 떨어져 죽으려고 했는데 못 죽었대요. 길바닥에서 자는 한인 홈리스가 또 있다는 거야…. 다들 모이라고 해서 맥도날드에서 아침 사주며 ‘제일 필요한 게 뭐냐’고 물었죠. 버스 토큰이 필요하다고 해요. 땅바닥에서 자고 나면 너무 추워서… 아침에 버스를 타면 몸을 좀 녹일 수 있다는 거예요.”   김요한(사진) 신부는 지난 2008년 교회에서 음식을 나눠주다 한인 홈리스를 처음 만났다고 한다. 그 인연을 계기로 김 신부는 숨어 지내던 한인 홈리스들을 모아 가족 같은 공동체를 꾸렸다. 김 신부가 계획한 일은 아니었지만, 갈 곳 없는 한인 홈리스들이 눈에 밟혀 같이 산 지 10년이 넘었다.   요즘 김요한 신부의 고민은 자꾸만 늘어나는 한인 홈리스의 도움 요청이다.     김 신부는 “지난 3년 동안 이곳 쉼터에서 11명이 세상을 떠났다”며 “대부분 늙고 아파 노동능력을 잃었다. 이분들이 같은 처지인 홈리스들과 최대한 친구처럼, 가족처럼 함께 지내도록 돕는 일이 중요하다. 쉼터에서 재미있게 살면서 삶을 정리하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부는 한 달 운영비인 4000달러 마련이 어렵지는 않을까. 김 신부는 “친구, 지인, 신도들이 도와줘서 다같이 사는데 큰 지장은 없다”면서 “지금도 차에서 자는 한인이 많다. 천막이나 텐트에 사는 한인은 쉼터에 들어오고 싶다고 계속 전화한다”고 실정을 전했다.     “한인 홈리스는 LA 일반 셸터를 무서워합니다. 이분들을 분산 수용해서 가족같이 함께 머물도록 해줄 수 있는 주거공간을 더 마련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어요.” 김 신부의 꿈이다.     ▶나눔의 집 쉼터: (323)244-8810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바닥 토큰 한인 홈리스들 버스 토큰 최대한 친구

2024-05-14

[중앙칼럼] 홈리스 구제를 지속할 이유

캐런 배스 LA시장에게 하고 싶은 질문중 가장 많은 것은 홈리스 관련이었다.     본지가 배스 시장과의 인터뷰를 위해 한 달 동안 접수한 질문 내용에는 항의성, 민원성, 제안성 질문 등 다양했지만 홈리스 정책에 대한 불만이 족히 30%는 넘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까운 세금을 계속 쏟아부어도 되는가’ ‘이제 할 만큼 했으니 냉정하게 집행하라’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다’ 등으로 구분된다.   제안성 질문에는 특히 ‘재활 의지’에 대한 언급이 많았다. 지금은 홈리스가 됐지만 사회에 복귀해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은 도와야 하지만 재활 의지가 없는 이들은 더는 도울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더 나아가 이들을 병원이나 특정 수용 공간에 ‘격리’해야 한다는 다소 과격한 제안도 포함됐다. 이런 주장에는 경기 악화로 힘겨워하는 저소득층과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모두 길거리에서 기약 없이 소진되고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러다간 우리도 곧 죽겠다’는 항변도 있었다. 이제 2년 가까이 최선을 다했으니 제발 진로를 바꿔 달라는 읍소도 빠지지 않았다.     시장이 이런 한인 독자들의 질문과 제안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홈리스 구제 정책에 당분간 막대한 예산을 계속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바로 시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것이 시 정부 본연의 임무 때문이다.     LA지역에서 2023년에만 홈리스(unhoused people) 2000여 명이 사망했다. 사인은 중독, 사고, 살인 등 다양하다. 정말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배스 시장은 취임 직후 홈리스 숫자나 원인을 구분하기보다는 “매일 시민 6명이 길거리에서 사망하고 있는 현실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의 발언에는 이런 길거리의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면서 시정 성과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렇다면 시 정부의 인위적인 ‘철거’ 또는 ‘격리’는 가능할까?     마침 연방 대법원이 오리건주에서 제기된 소송건을 심리 중이다. 단순히 홈리스가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행위를 교통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느냐는 것이 핵심이다. 그런데 상식적인 기준으로 볼 때 원고 측인 시민단체의 ‘처벌 불가’ 주장이 더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예상이다. 다시 말해 범법 행위가 없는데 노숙을 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개인의 의사에 반하여 구금, 수용, 격리, 벌금 등 조치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홈리스를 단속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배경이다.         최근 본지에는 안타까운 한인 홈리스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LA한인타운 홈리스 텐트에서 혼자 쓸쓸히 삶을 마감한 한인 홈리스, 홈리스 사역을 하다가 본인도 홈리스가 되어버린 선교사의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이제 홈리스 문제는 결코 특정 인종이나 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금과 같은 대규모 홈리스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더 큰 어려움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홈리스 이슈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제이콥 푸에르테 (22세)라는 소방훈련생의 이름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지난 4월 15일 교통사고 현장에서 인명 구조 활동을 벌이다 안타깝게도  2차 교통사고로 순직했다. 훈련 일정을 위해 출근하던 그는 새벽에 프리웨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를 목격하고 ‘배운 대로’ 나서다 제대로 꽃도 피우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소방국은 그를 최고의 영웅으로 배웅했다. 우리가 시청에 요구할 것은 제이콥의 성정 같은 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시 정부가 시민들이 납부한 1달러의 세금도 헛되게 쓰지 못하도록 꼼꼼히 감시하는 것도 우리 모두의 몫이다. 최인성 / 사회부 부국장중앙칼럼 홈리스 구제 홈리스 구제 la한인타운 홈리스 한인 홈리스들

2024-05-06

온정 필요한 한인 셸터, 더 투명해져야

한인 홈리스 셸터들에 대해 최근 한인사회의 온정이 답지하고 있지만 그 실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일부 셸터가 상세 내역을 공개할 의사를 밝혔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인 셸터들에 대한 뉴욕시정부의 지원은 불충분한 실정이다. 정규인가를 받아야 시로부터 지원금을 받기 수월한데, 열악한 시설에서 시작한 한인 셸터들이 허가를 받기 어려운 공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셸터들은 한인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호소할 수밖에 없다.     뉴욕시는 이른바 ‘홈리스 권리장전’을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홈리스들이 셸터에 갈 권리 등을 담았다. 다만 이같은 시정부 운영 셸터는 영어 구사가 어려운 한인이 입주하기엔 힘들다. 한인 홈리스들 스스로도 타민족과 섞이기보다 한인들이 모이는 걸 선호한다. 뉴욕일원의 대표적인 한인 셸터로는 각각 2012년, 2011년 설립된 사랑의집, 더나눔하우스가 있다.   사랑의집은 원장 전모세·부원장 전성희 부부가 운영하고 있다. 뉴욕(10명), 뉴저지(10명), 병원(3명) 등 이들이 관리하는 홈리스는 이날 기준 총 23명이다.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닐 경우 메디케어·메디케이드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 한국으로 돌려보낸다. 이 때 들어가는 비행기값은 1인당 1000달러 이상이다.     뉴욕 셸터 기준 한 달 렌트(1000달러)·관리비(2000달러)를 낸다. 뉴저지 셸터도 관리비로 최소 1000달러를 지출한다.   음식은 시로부터 푸드스탬프를 받는 원장·부원장·홈리스들이 요일별로 돌아가며 받아 해결한다. 식자재를 기부받고, 1년에 많게는 4000달러부터 적게는 200달러까지 총 네 군데 교회의 후원을 받는다. 이들을 종합하면 1년에 기부받는 비용은 최소 4600달러인데, 여기에 7명의 이사회 구성원들이 각각 1000달러씩 기부금을 내기 시작했다. 이를 더하면 1만 달러 이상의 수입이 생긴다.     대다수는 홈리스들의 병원 이동비, 렌트, 관리비, 한국 송환비에 쓰인다. 최근에는 이사회를 통해 후원금 모집도 시작했지만,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달 15만9000달러의 셸터 구입 자금이 부족하다며 모금행사를 열었던 더나눔하우스(옛 나눔의집, 대표 박성원 목사)는 모금행사를 열어도 평균 7000달러를 모은다고 밝혔다. 대관비·식사 등으로 수천 달러를 지출하는데 모금되는 금액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론 김 뉴욕주하원의원 등 유명인사가 방문한 지난달에는 1만8000달러를 모았지만, 이중 절반 이상을 대관비·식대로 지출했다.   더나눔하우스는 지난해 KCC 건물을 매입해 최근 이주에 성공했는데, 이날 기준 남성 15명·여성 4명이 산다. 19명의 생활비는 기금으로 충당한다. 다만 박 목사는 상세한 식대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서류미비자가 여럿 거주해 푸드스탬프는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이들을 한국으로 돌려보낼 땐 펀딩을 통하기 때문에 내부서 지출하는 별도 비용은 없다. 직원 네 명을 두고 있는데, 이들에게 각각 연봉 2만 달러 이상을 주는 것이 목표다.   최소 7명의 이사회 구성원이 각각 수백 달러에서 1000달러까지 기부금을 낸다. 일부 교회에서도 1년에 수백 달러씩 기금을 낸다. 이들을 종합하면 최소 3만 달러 이상의 수입이 생긴다.   이들 외에도 한인사회에 존재하는 셸터는 최소 네 곳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기부금을 중복해야 하니 한 곳으로 통일하면 어떻겠냐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셸터를 하나로 통합해 한인사회의 셸터 구심점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기금 운영 투명성 여부에 이견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글·사진=강민혜 기자 kang.minhye@koreadailyny.com온정 한인 한인 홈리스들 최근 한인사회 홈리스 권리장전

2024-01-05

[기자의 눈] 홈리스들이 기다리는 희망 한조각

두려움 반 호기심 반이었다. 지난 9일 취재를 위해 LA한인타운 올림픽 길 주변의 한 홈리스 텐트를 찾았을 때의 심정이다. 먼발치에서만 봤던 길거리 노숙자 텐트는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텐트를 직접 찾아가는 것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홈리스 이슈는 하루가 멀다고 논란이 벌어지는 LA의 대표적 현안이다.  그동안 기자도 숱한 홈리스 관련 정책과 사건·사고 기사들을 다뤘지만 직접 그들을 찾아가 마주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긴장감이 팽팽할 줄 알았던 한인 홈리스 들과의 만남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흘러갔다. 오히려 본인들의 굴곡진 인생사를 털어놓을 곳이 생겨서일까, 적개심보단 반가움으로 기자를 대하는 듯 느껴졌다.   가까이서 보고 들은 그들의 삶은 피상적으로 생각했던 것과 다른 점이 많았다. 어쩌면 사회의 밑바닥이라 여겨지는 그곳엔 절망만이 가득할 것 같지만, 의외로 희망도 엿보였다. 더 잃을 게 없다며 남은 건 ‘회복’ 뿐이란 사실을 그들도 잘 알고 있었다.   검은 종이 위의 밝은색이 더 잘 보이는 것처럼 그곳에서의 희망도 그랬다. 비록 지금은 처참한 환경 속에 있지만 누군가 손 내밀어주길 간절히 기다리며 그때가 다시 일어날 시간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매개체를 찾는 건 쉽지 않다. LA시가 매년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홈리스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두드러진 성과는 없는 실정이다. 아직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많다.    한인 홈리스들은 더 어렵다. 홈리스 세계에서도 한인들은 소수계이기 때문이다.     LA카운티 홈리스 숫자 가운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의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한인 홈리스를 위한 하우징·일자리 제공 등의 지원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노숙자 지원 단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LA한인타운 내 한인 노숙자 숫자는 100~200명쯤으로 추산된다. 한인 봉사단체와 교회 등에서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을 돕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은 홈리스의 존재를 골칫거리로 생각한다. 동네 미관을 해치고 불결한 환경을 만드는 홈리스는 신고의 대상일 뿐, 그들에게 손을 내밀 생각은 하지 못한다.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그들의 삶을 헤아리는 것보다 어쩌면 더 쉬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만난 세인트 제임스 성공회 김요한 신부는 “사람들이 자기 동네에 노숙자가 보이면 전화를 해 와서 데려가라고 한다”며 “집에 이미 함께하고 있는 노숙자들이 많으니 ‘직접 맡아라. 나도 하는데 왜 못하냐’고 하면 입을 싹 닫는다”고 말했다.     현실을 지적한 그의 말은 개인적으로도 찔림으로 다가왔다. ‘누군가 하겠지’, 아니 ‘누군가는 해야 해’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에 항상 ‘나’는 없었다.   세상을 따뜻하게 밝히는 힘은 언제나 거대한 혁명이 아니라 작은 관심과 친절이었다. 2013년 시러큐스대 졸업식 축사에서 최고의 단편소설 작가로 꼽히는 조지 손더스는 “내 평생 최대의 후회는 친절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멋진 인생을 원한다면 지금, 당장, 친절하라”고 말했다. 이 축사는 그해 미국 대학 졸업식 최고의 축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도운 어떤 이의 헌신적인 스토리에 대해 박수를 보낼만한 마음 따뜻한 이야기지만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라고 치부하진 않는가. 그러는 동안 누군가는 간절한 심정으로 다른 이의 작은 친절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돌아오는 주에 맛있는 음식이라도 싸 들고 다시 한번 올림픽 길을 찾아가려 한다. 그들의 고달픈 인생에 아주 작지만 달콤한 희망 한 조각이라도 되길 바라면서.   장수아 /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홈리스 희망 한인 홈리스들 홈리스 텐트 la카운티 홈리스

2023-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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